[에덴의 동쪽] 무대는 캘리포니아 살리나스인데, 플로렌스 퓨가 걸은 거리는 뉴질랜드 오아마루였다
넷플릭스 "에덴의 동쪽"을 보다 보면 흰 석회암 건물이 양쪽으로 늘어선 100년 전 거리가 나옵니다. "저런 거리가 아직 캘리포니아에 남아 있구나"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거리는 미국에 없습니다.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 남섬의 작은 항구 도시에 있습니다.
10월 초 공개된 이 7부작은 첫 주에만 650만 뷰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영어권 TV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22개국에서 1위, 80개국에서 TOP 10에 들었다는 집계도 나왔습니다. 오늘은 화면 속 그 거리가 실제로 어디인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얼마나 드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어떤 작품이길래 — 70년 만에 다시 쓰인 고전
원작은 존 스타인벡이 1952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입니다. 미국 남북전쟁 직후부터 제1차 세계대전 무렵까지, 캘리포니아 살리나스 계곡에 뿌리내린 트래스크 가문과 해밀턴 가문의 3대에 걸친 이야기입니다. 성경 속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한 집안의 형제들에게 되풀이해 겹쳐 놓은 구조로 유명합니다.
1955년 제임스 딘 주연 영화가 소설의 뒷부분만 다뤘다면, 이번 시리즈는 이야기 전체를 다룹니다. 중심에는 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캐시 에임스가 있습니다. 트래스크 형제 애덤(크리스토퍼 애벗)과 찰스(마이크 파이스트)의 집 앞에 나타나 두 사람의 삶을 뒤흔드는 인물입니다.
각본을 쓴 조 카잔은 1955년 영화를 연출한 엘리아 카잔의 손녀이기도 합니다. 가문의 요리사 리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훈 리가 맡았고, 해외 리뷰들은 캐시와 리 두 사람을 이번 각색의 심장으로 꼽았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제가 늘 붙들게 되는 건 단어 하나입니다. 히브리어 "팀셸(Timshel)", 우리말로 옮기면 "너는 할 수도 있다"쯤 됩니다. 죄를 이기라는 명령도, 이기게 될 거라는 약속도 아니고, 이길지 말지는 네가 고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는 인간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괴물이 있다고 믿는다"는 서늘한 대사로 캐시를 소개하는 작품이, 끝내 붙드는 말이 "선택"이라는 점이 오래 남습니다. 타고난 것과 물려받은 것 앞에서 주눅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한 단어가 유독 크게 들릴 것 같습니다.
왜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뉴질랜드였을까
스타인벡은 살리나스에서 나고 자랐고, 소설은 그 땅의 지형을 손바닥처럼 그려냅니다. 그런데 촬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봄까지 전부 뉴질랜드에서 진행됐습니다. 조 카잔은 캘리포니아에서 찍고 싶었지만 예산 현실상 감당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여행자에게는 선물이 됐습니다. 뉴질랜드 남섬에는 그 시절 건물이 거리째 남은 도시가 있기 때문입니다. 촬영지는 남섬의 오아마루·더니든·센트럴 오타고, 북섬의 오클랜드 데번포트와 템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
오아마루 — 거리 전체가 세트장이 된 항구 도시 (지도 1~3번)
오아마루는 남섬 동해안, 더니든과 크라이스트처치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이곳의 하버 스트리트와 타인 스트리트 일대에는 1870~1890년대에 지어진 상업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온전한 빅토리아 시대 거리로 꼽히는 곳입니다(지도 1번). 건물은 모두 인근에서 캐낸 크림색 석회암 "오아마루 스톤"으로 지어졌습니다.
제작진은 이 거리를 20세기 초 미국의 거리로 꾸몄습니다. 옛 곡물 창고인 스미스 그레인 스토어의 외벽과 길모퉁이의 크라이테리온 호텔 외관이 화면에 담겼습니다. 타인 스트리트에는 제재소가 딸린 판자촌 세트가 세워졌다고 해외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로케이션 매니저는 다른 곳에서는 재현하기 힘든 시대 배경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거리는 입장료가 없습니다. 길 자체는 짧지만 갤러리와 빈티지 숍, 수공예 가게가 창고 건물마다 들어서 있어 반나절은 금방 지나갑니다. 사진은 하버 스트리트 한쪽 끝에 서서 길이 좁아지는 방향으로 찍는 구도가 좋습니다. 사람이 적은 이른 아침, 해가 낮게 들어 석회암 벽이 금빛으로 물드는 시간대를 권합니다. 긴 치마나 모자 하나만 챙겨도 화면 속 인물처럼 보이는 사진이 나옵니다.

바로 옆 골목에는 고철과 톱니바퀴로 채운 전시관 스팀펑크 HQ가 있습니다(지도 2번). 촬영지는 아니지만 오아마루가 "스팀펑크의 도시"로 불리게 된 이유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10~15뉴질랜드달러로 안내 자료마다 차이가 있어 현장 확인이 필요합니다.
해가 지면 항구 끝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오아마루 블루펭귄 콜로니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이 바다에서 돌아와 둥지로 올라오는 모습을 관람석에서 볼 수 있습니다(지도 3번).
저녁 관람 요금은 성인 기준 일반석 47뉴질랜드달러, 펭귄과 몇 미터 거리인 프리미엄석 63뉴질랜드달러로 안내됩니다. 낮에는 100년 전 거리, 밤에는 펭귄 퇴근길. 이 조합은 오아마루에서만 가능합니다.

더니든 — 플랑드르풍 기차역과 100년 전 번화가 (지도 4번)
오아마루에서 남쪽으로 버스 약 1시간 35분 거리의 더니든에서도 촬영이 이어졌습니다. 더니든 기차역과 빅토리아풍 공원 퀸스 가든, 다울링 스트리트·벌링턴 스트리트·로어 스튜어트 스트리트가 촬영지로 소개됐습니다. 한 상점은 극 중 의상·모자 가게 간판을 달았다고 합니다.
더니든 기차역(지도 4번)은 검은 현무암과 흰 석회암을 번갈아 쌓은 플랑드르 르네상스 양식 건물입니다. 사진은 역 앞 정원 건너편에서 건물 전체와 시계탑이 한 화면에 들어오게 잡는 구도가 정석입니다. 오후 햇빛이 정면에 닿을 때 석재의 줄무늬가 가장 선명합니다.

🧡
센트럴 오타고 — 살리나스 계곡을 대신한 황금빛 평원 (지도 5번)
트래스크 가문의 농장이 있는 드넓은 계곡 풍경은 내륙의 센트럴 오타고에서 담았습니다. 촬영지로 소개된 곳은 오테아케 보전공원 인근 힐스 크리크, 고지대 평원 마니오토토 지역입니다(지도 5번). 나무가 거의 없는 황금빛 초지 위로 하늘이 끝없이 열려 있는 곳입니다.
대중교통으로는 닿기 어려워 렌터카가 사실상 필수입니다. 정확한 촬영 지점은 공개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으니, 특정 농장을 찾기보다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 자체를 목적지로 삼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해가 기울어 풀밭에 긴 그림자가 눕는 늦은 오후에, 곧게 뻗은 도로를 소실점으로 두고 찍으면 화면 속 계곡의 느낌이 살아납니다.

북섬에서는 오클랜드 데번포트의 첼트넘 로드 일대 주택가가 1900년대 초 분위기로 칠을 바꿔 촬영에 쓰였습니다. 오클랜드로 입국한다면 페리로 건너가 반나절 산책하기 좋은 동네입니다.
오아마루에서 꼭 먹어볼 것 — 치즈와 맥주
오아마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 화이트스톤 치즈입니다. 도시의 별명 "화이트스톤 시티"를 그대로 딴 치즈 공방으로, 2023년 말 델리와 다이너를 새로 열었습니다.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시식까지 하는 가이드 투어는 성인 35~45뉴질랜드달러로 안내됩니다.
빅토리아 지구에서 북쪽으로 직선 약 1km 거리라 산책 삼아 다녀올 만합니다. 다만 치즈 같은 유제품은 한국 반입 규정이 있으니, 선물용으로 살 때는 검역 기준을 미리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항구 쪽 스콧츠 브루잉은 2007년 문을 연 독립 양조장입니다. 비어 가든에서 피자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피자 앤 파인트"가 이곳의 대표 메뉴로 소개됩니다. 크라이테리온 호텔에서는 이 양조장과 함께 만든 자두 사이다도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외관이 화면에 담긴 바로 그 호텔에서 한 잔 하는 경험은 팬이라면 놓치기 아깝습니다.

기념품으로는 오아마루 스톤 조각이 있습니다. 스팀펑크 HQ 근처 역사 지구에서 이 돌로 만든 조각품을 판매합니다. 도시 전체를 지은 돌을 손바닥만 한 크기로 가져오는 셈이라, 흔한 열쇠고리보다 이야기가 남는 선물이 됩니다.
🌸
찾아가는 길

한국에서는 인천-오클랜드 노선으로 입국한 뒤 국내선으로 더니든이나 크라이스트처치로 넘어가는 동선이 일반적입니다. 더니든 공항은 시내에서 약 30km 떨어져 있어 셔틀이나 렌터카로 이동합니다. 더니든에서 오아마루까지는 인터시티 버스로 약 1시간 35분, 하루 2회 운행으로 안내됩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하면 버스로 약 4시간 15분이 걸립니다.
한국 여권 소지자는 출발 전 전자여행허가(NZeTA)를 받아야 합니다. 비용은 앱 신청 기준 17뉴질랜드달러에 관광세(IVL) 100뉴질랜드달러가 함께 부과돼 총 117뉴질랜드달러입니다.
먼 나라라서 더 — 떠날 이유
뉴질랜드는 가깝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퇴사나 이직, 정년처럼 삶의 마디에 선 분들에게 어울리는 여행지입니다. 열흘쯤 시간을 내야 갈 수 있는 곳은 "언젠가"로 미루다 끝내 못 가기 쉽습니다. 팀셸, 갈 수도 있다는 말은 여행에도 통합니다.
돈이 걸림돌이라면 워킹홀리데이나 우프(WWOOF, 농장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프로그램)처럼 적은 예산으로 길게 머무는 방법도 있습니다. 나이·기간·모집 인원 같은 조건은 해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뉴질랜드 이민성 공식 안내에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이런 장기 체류의 일상을 영상으로 올려 여행 자체를 기회로 바꾸는 사례도 화제가 되곤 합니다.

여기 가려면 얼마나 들까 — 예산 가이드
1. 항공권 및 국내선 (이동 비용):
*국제선: 인천-오클랜드 왕복 항공권은 보통 비수기/성수기에 따라 120만 원~180만 원대에서 형성됩니다.
*국내선 연결: 오클랜드에서 남섬의 관문인 크라이스트처치나 더니든으로 바로 내려가는 국내선(에어뉴질랜드 또는 제트스타)은 편도 기준 6만 원~15만 원 선입니다. 미리 예매할수록 저렴합니다.
2. 숙박비 (오아마루 & 더니든 기준):
*모텔/배낭여행자 숙소(백패커스): 1박 기준 약 100~180 뉴질랜드달러(NZD) (한화 약 8만~14만 원)
* 중급 호텔: 1박 기준 약 200~350 뉴질랜드달러(NZD) 선으로, 성수기(12월~2월 여름 시즌)에는 이보다 가격이 훌쩍 뛰므로 최소 몇 달 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3. 현지 교통비:
*대중교통 (인터시티 버스): 더니든에서 오아마루까지 이동하는 인터시티 버스는 미리 예매하면 20~40 NZD 안팎으로 끊을 수 있습니다.
*렌터카: 센트럴 오타고 황금빛 평원이나 외곽 촬영지를 둘러보려면 렌터카가 필수입니다. 하루 대여료(보험 포함)는 경차 기준 대략 80~120 NZD이상 잡아야 하며, 기름값과 유류세가 한국보다 비싼 편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4. 필수 입장료 및 액티비티:
*빅토리아 지구 거리 산책:무료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최고의 볼거리!)
*오아마루 블루펭귄 콜로니: 저녁 관람석 성인 기준 약 47~63 NZD
*화이트스톤 치즈 투어 & 스팀펑크 HQ: 각각 35~45 NZD, 10~15 NZD 선
*입국 비용 (NZeTA + 관광세): 총 117 NZD (출발 전 필수 지출)
5. 현지 식비 (외식 물가): 뉴질랜드 외식 물가는 생각보다 비쌉니다. 카페에서 브런치와 커피 한 잔을 먹으면 약 25~35 NZD, 간단한 패스트푸드나 테이크아웃 파이류는 10~15 NZD,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 메인 요리와 맥주 한 잔 포함해 인당 40~70 NZD 정도 예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격·혜택은 조사 시점 기준 대략치이며 예약·신청 전 최신 정보 확인을 권합니다.
캘리포니아를 찍으러 간 카메라가 뉴질랜드에서 100년 전 미국을 찾아냈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한 번 더 보고 싶게 만듭니다. 이 블로그를 구독해두시면 다음 여행지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공개된 보도와 현지 관광 안내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작품 세부 내용과 요금·교통·운영 정보는 방문 전 별도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넷플릭스 "에덴의 동쪽"은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찍었나요?
아닙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캘리포니아 살리나스 계곡이지만 촬영은 전부 뉴질랜드에서 진행됐습니다. 남섬의 오아마루·더니든·센트럴 오타고, 북섬의 오클랜드 데번포트와 템스가 촬영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오아마루 촬영지는 입장료가 있나요?
하버 스트리트와 타인 스트리트 일대 빅토리아 지구는 일반 거리라 입장료 없이 걸어볼 수 있습니다. 스팀펑크 HQ와 블루펭귄 콜로니 같은 주변 시설만 유료입니다.
Q. 더니든에서 오아마루까지 당일로 다녀올 수 있나요?
인터시티 버스로 약 1시간 35분 거리입니다. 다만 하루 2회 운행으로 안내되고, 펭귄 관람은 해 질 무렵이라 펭귄까지 보려면 오아마루에서 1박을 잡는 편이 여유롭습니다.
Q. 뉴질랜드는 비자가 필요한가요?
한국 여권 소지자는 출발 전 전자여행허가(NZeTA)를 받아야 합니다. 앱 신청 기준 17뉴질랜드달러에 관광세 100뉴질랜드달러가 함께 부과됩니다.
Q. 센트럴 오타고 촬영지도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나요?
마니오토토 평원 일대는 대중교통으로 닿기 어려워 렌터카가 사실상 필요합니다. 정확한 촬영 지점은 공개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도 함께 보세요
[울프맨] 무대는 미국 오리건 산골인데, 진짜 촬영지는 뉴질랜드 웰링턴 근교였다
[초원의 집] 리부트, 넷플릭스가 레시피까지 공개한 옥수수빵 — 진짜 무대는 캐나다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Crew Girl] 넷플릭스 1위 조정 로맨스, 무대는 미국 뉴잉글랜드가 아니라 캐나다 빅토리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