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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르웨이 첫 오스카의 도시, 오슬로 (센티멘탈 밸류, 프로그네르, 홀멘콜렌)

by 빼둘레햄 2026. 8. 29.

2026년 아카데미 시상식 소식을 뒤늦게 정리해보며 알게 된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노르웨이 최초로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센티멘탈 밸류(Sentimental Value)》입니다. 노르웨이 영화가 오스카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동안 한국 영화 소식만 챙겨보다가, 문득 "노르웨이는 어떤 영화로 세계를 처음 감동시켰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찾아보게 된 영화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아버지와 두 딸, 그리고 집 한 채의 이야기

이 영화는 조아킴 트리에 감독의 작품으로, 이미 2025년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으며 화제가 됐습니다. 이야기는 한때 유명했던 영화감독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오랜 세월 소원했던 두 딸 노라와 아그네스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됩니다.

 

구스타브는 재기작의 주인공으로 배우인 딸 노라에게 배역을 제안하지만, 노라가 거절하자 그 역할은 미국 스타 배우 레이첼(엘 패닝)에게 돌아갑니다. 복잡한 가족의 감정선 위로 낯선 할리우드 스타가 끼어들면서, 영화는 예술과 가족,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조용히 풀어갑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사실 '집'입니다. 구스타브 가족이 4대에 걸쳐 살아온 붉은 창틀의 오슬로 저택인데, 실제로는 오슬로 프로그네르(Frogner) 지역에 실존하는 '드라게스틸(dragestil, 드래곤 양식)' 건축 양식의 주택을 배경으로 촬영됐다고 합니다.

 

이 집은 트리에 감독의 전작 《오슬로, 8월 31일》에도 등장했던 곳으로, 노르웨이 록밴드 보컬이 실제 소유하고 있는 저택이라고 하니, 감독에게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장소였던 셈입니다.

프로그네르 주택가의 드래곤 양식 저택

프로그네르 — 영화 속 그 저택이 있는 동네

프로그네르는 오슬로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주택가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지어진 저택들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 동네입니다. 영화 속 저택처럼 붉은 지붕과 목조 장식이 어우러진 집들이 골목 곳곳에 늘어서 있어서, 그냥 걷기만 해도 영화 속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 지역의 심장부에는 비겔란 조각공원(Vigeland Park)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이 평생에 걸쳐 만든 200여 점의 인체 조각상이 공원 전체에 펼쳐져 있는데, 삶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형상화한 조각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가족'과 '시간'이라는 주제와 묘하게 겹쳐 보입니다. 입장료가 없다는 점도 여행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부분입니다.

비겔란 조각공원

홀멘콜렌과 오슬로 피오르 — 도시가 자연을 품는 방식

트리에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오슬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스톡홀름만큼 세련되지도, 코펜하겐만큼 문화적으로 활기차지도 않지만, 여름엔 피오르에서 수영할 수 있고 겨울엔 도심 바로 옆에 진짜 스키 슬로프가 있는 도시"라고요. 실제로 도심에서 지하철로 30분이면 닿는 홀멘콜렌(Holmenkollen)에는 1892년부터 대회가 열려온 유서 깊은 스키점프대가 있고, 여기서 내려다보는 오슬로 시내와 피오르 전경은 이 도시의 스케일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홀멘콜멘 스키 점프대

 

여름이라면 도심 바로 앞바다인 쇠렝가(Sørenga) 해수욕장도 빼놓기 아깝습니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피오르 바닷물에 그대로 몸을 담글 수 있는 곳인데, 북유럽 특유의 서늘하고 맑은 물빛이 인상적입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바다 수영이 가능하다는 게 좀처럼 상상이 안 되지만, 오슬로에서는 이게 일상이라고 하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쇠렝가 해수욕장

 

조용한 도시가 세계를 울린 이유

 

영화 속 대사처럼, 이 작품은 화려한 사건보다는 가족 안에 오래 쌓인 감정의 결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된 오슬로 역시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프로그네르의 오래된 저택들처럼 조용히 시간을 쌓아온 도시였습니다. 노르웨이 영화가 처음으로 오스카를 받았다는 뉴스 한 줄이, 결국 이 담백한 도시 하나를 세계 앞에 소개한 셈입니다.

 

언젠가 오슬로에 간다면, 유명한 관광지보다 프로그네르의 골목을 먼저 걸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영화 속 그 저택을 실제로 찾을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붉은 지붕 집들 사이를 걷다 보면 영화가 남긴 그 잔잔한 여운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 센티멘탈 밸류 주요 촬영지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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