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오랫동안 맘마미아를 그냥 '흥겨운 여름 영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아바(ABBA) 노래에 맞춰 배우들이 신나게 춤추는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봤는데, 다시 꺼내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리스 스코펠로스 섬의 실제 풍경, 영화 속 음식들, 그리고 그 장면들이 건드리는 감정까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촬영지 스코펠로스 섬, 실제로 가볼 만한가
영화 속 배경은 가상의 섬 '칼로카이리'이지만, 실제 촬영지는 그리스 스포라데스(Sporades) 제도의 스코펠로스 섬과 스키아토스 섬입니다. 스포라데스란 에게해 북부에 흩어져 있는 그리스 군도를 일컫는 말로, 산토리니나 미코노스처럼 관광지화된 섬들과는 결이 다른 곳입니다. 소박한 어촌 마을, 오래된 골목,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 영화 속 장면들이 그대로 현실에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리스 여행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 건, 단순히 영화 효과만은 아닙니다. 유럽 지중해 국가들 중에서도 그리스는 상대적으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문제가 덜한 편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오버투어리즘이란 특정 관광지에 여행객이 과도하게 몰려 현지 주민의 삶과 생태계가 훼손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스코펠로스 같은 섬은 아직 그 압박이 덜하다는 시각이 있는데,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다만 성수기(6~8월)에는 항공권과 숙박비가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으니, 어깨 시즌인 5월이나 9월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접근 방법을 짚고 가면, 스코펠로스 섬은 직항이 없어 아테네를 경유해 페리나 국내선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일반적입니다. 이 부분이 여행 난이도를 높이는 요소인데, 페리 노선은 그리스 공식 항만청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그리스 관광청]
저도 30년 전 유럽 배낭여행 때 이탈리아 로마를 잠깐 들렀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 그냥 발품으로 다녔습니다. 지금 그리스를 간다면 경로 설계부터 훨씬 수월할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촬영지를 실제로 방문할 때 미리 알아두면 좋은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성수기(6~8월)는 숙박비와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오르므로, 5월 또는 9월 여행을 고려할 만합니다.
- 아테네 경유 후 페리 이동이 일반적이며, 페리 예약은 출발 전 미리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현지 식당과 상점은 오후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있어 영업시간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 스코펠로스 섬은 산토리니보다 덜 알려져 있어 상대적으로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맞습니다.
그리스 음식, 영화 밖에서도 진짜인가
맘마미아 속 식탁 장면들을 보면서 저는 계속 음식에 눈이 갔습니다. 특히 무사카(Moussaka)가 나오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는데, 그리스식 오븐 요리에 대해 잘 몰랐던 저로서는 처음엔 '그리스식 라자냐'라는 설명이 더 와닿았습니다. 무사카란 가지와 감자, 다진 고기를 층층이 쌓고 베샤멜 소스를 얹어 오븐에 구운 그리스 전통 요리입니다.

베샤멜 소스(Béchamel Sauce)는 버터, 밀가루, 우유로 만든 크리미한 화이트 소스로, 프랑스 고전 요리에서 유래했지만 그리스 요리에도 오래전부터 녹아들었습니다.
수블라키(Souvlaki)에 대해서는 "그냥 꼬치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먹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피타빵과 차지키(Tzatziki) 소스의 조합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차지키란 그릭 요거트에 오이, 마늘, 딜을 섞어 만든 소스입니다. 그릭 요거트(Greek Yogurt)는 일반 요거트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수분이 적게 제조된 발효 유제품으로, 이미 국내에서도 건강식 재료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조합이 여름 더위 속에서 입맛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는 건, 먹어보지 않아도 상상이 가는 조합입니다.
그릭 샐러드(Horiatiki)는 가장 단순해 보이지만 현지 재료의 신선도가 맛을 결정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호리아티키(Horiatiki)란 '시골풍'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로, 토마토·오이·올리브·페타 치즈에 올리브유를 뿌리는 것이 전통 방식입니다.
페타 치즈(Feta Cheese)는 EU에서 원산지 명칭 보호(PDO) 제도를 통해 그리스산 제품만 '페타'로 표기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습니다.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란 특정 지역의 전통 식품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유럽연합의 지리적 표시 제도입니다 [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그리고 바클라바(Baklava). 달콤함에 대해 "이건 좀 과하지 않냐"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진한 커피 한 잔과 함께라면 꽤 균형이 맞는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필로(Phyllo) 반죽이란 종잇장처럼 얇게 밀어낸 페이스트리 반죽으로, 겹겹이 쌓아 만드는 것이 바클라바의 핵심 기술입니다.
영화 속 그리스 대표 음식 5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무사카(Moussaka): 가지·감자·다진 고기에 베샤멜 소스를 얹어 구운 오븐 요리
- 수블라키(Souvlaki): 꼬치 고기를 피타빵과 차지키 소스에 곁들인 길거리 음식
- 그릭 샐러드(Horiatiki): 토마토·오이·올리브·페타 치즈에 올리브유를 뿌린 전통 샐러드
- 차지키(Tzatziki): 그릭 요거트 기반의 오이·마늘·딜 소스
- 바클라바(Baklava): 필로 반죽에 견과류와 꿀을 층층이 쌓은 전통 디저트
마무리
맘마미아를 단순한 뮤지컬 영화로만 보던 시절이 저한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건 그리스라는 공간의 정서를 꽤 정확하게 담아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년 전 유럽 배낭여행 때 잠깐 로마를 스쳐 지나가면서 느꼈던, 지중해 사람들 특유의 열정적이고 즉흥적인 분위기가 영화 내내 살아 있었거든요. 그리스 여행을 고민 중이라면 가기 전에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음식 이름을 미리 알아두고 가면 현지에서 메뉴판 앞에서 덜 당황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