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2026년 7월 17일에 공개한 《동궁》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 TOP10 시리즈 1위에 올랐고, 비영어 시리즈 글로벌 순위에서는 2위, 27개국에서 TOP10에 들었습니다.
남주혁, 노윤서, 조승우가 주연을 맡은 8부작 오컬트 사극으로, 귀신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과 비밀을 감춘 궁녀 생강이 궁궐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스크린 위의 한 끼」에서는 화려한 수라상을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뜻밖의 두 가지 음식 장면에 더 눈길이 갔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하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요괴가 환장하는 간식이고, 다른 하나는 왕좌를 둘러싼 살의가 담긴 찻잔입니다.

귀신 잡는 사극에 등장한 뜻밖의 마스코트
《동궁》은 저주와 원귀, 형제 살해까지 다루는 무거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공개 이후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뜻밖에도 조연 요괴 캐릭터 '꺼먹살이'였습니다.
꺼먹살이는 원래 1960년대 대전 지역에서 목격됐다고 전해지는 한국형 도시전설 속 요괴로, 2008년 무렵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존재입니다. 이름은 '꺼먹(검정)+살(피부)+이'로, 풀어 쓰면 "작고 까만 애"라는 뜻입니다. 《동궁》은 이 오래된 전설 속 존재를 귀엽지만 어딘가 서늘한 귀매로 다시 그려냈습니다.
생김새부터 음식과 닮았습니다. 온몸이 검은깨를 넣어 만든 떡, 흑임자떡을 연상시키는 질감이고, 얼굴은 도자기나 돌처럼 매끈한데 그 위에 구슬 같은 눈이 박혀 있습니다. 평소에는 몸집을 작게 줄이고 다니면서 어린아이처럼 사람의 행동을 능청스럽게 따라 하는 모습으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꺼먹살이는 왜 떡에 환장할까
꺼먹살이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식탐입니다. 이 캐릭터는 떡과 곶감, 한과처럼 단 음식을 유독 좋아해서, 눈에 띄기만 하면 먹으려 드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구천과 꺼먹살이가 떡을 사이에 두고 교감하는 장면들은 무겁고 음산한 궁중 오컬트 서사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장면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이 식탐이 결정적인 장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극 중반, 힘이 약해진 상태의 꺼먹살이가 떡을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가 아궁이에서 튀어나온 구렁이 모습의 귀매에게 붙잡혀 잡아먹힐 뻔합니다.
이를 본 구천은 마음이 약해져 결국 꺼먹살이를 구해주고, 자신의 기운을 조금 나눠주기까지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둘의 관계는 애증이 섞인 사이로 넘어갑니다.
떡 한 조각에 정신이 팔려 죽을 뻔했다가 구조되는 장면이라니, 다소 우스꽝스럽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이 작품에서 감정선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장치로 언급되는 부분입니다. 무서운 이야기 사이에 놓인 작은 간식 하나가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셈입니다.

왕이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마신 차 한 잔
같은 작품 안에 훨씬 무거운 음식 장면도 있습니다. 극 후반, 대비는 왕을 향해 독살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합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왕은 스스로 다과를 집어 먹으며 그 의심에 정면으로 맞섭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찻잔은 더 무거운 의미를 얻습니다. 세자가 벌인 일을 알게 된 왕은 "형제를 죽이고 왕이 된 자는 나 하나로 족하다"는 말과 함께 독이 든 차를 세자에게 건넵니다.
그러자 세자는 오히려 더 많은 양을 스스로 들이켜며 왕의 시도에 맞섭니다. 이 장면은 극의 핵심 반전, 즉 현재 왕의 생모가 앞선 왕자들을 독살하고 그것을 연못 귀신의 저주로 위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과 맞물려 있습니다.
궁중에서는 원래 임금 내외와 세자 내외, 대비의 식사만을 따로 '수라'라 불렀을 만큼 왕실의 밥상은 격식이 엄격했습니다. 《동궁》은 그 격식 있는 자리를 독을 주고받는 무대로 뒤집으며, 찻잔 하나가 권력 다툼의 상징처럼 쓰이게 만듭니다.

떡과 독차, 두 개의 음식이 만드는 균형
같은 작품 안에서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음식 장면이 나란히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읽힙니다. 꺼먹살이의 떡은 순수한 식탐이자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왕의 찻잔은 권력과 의심, 살의가 뒤섞인 무기로 쓰입니다. 같은 '먹는 행위'가 이야기 안에서 정반대의 무게를 지니는 셈입니다.
무거운 오컬트 사극이 시청자를 끝까지 붙잡아두려면 숨 쉴 틈이 필요합니다. 《동궁》에서는 그 틈을 꺼먹살이의 간식이, 반대로 이야기의 밀도는 독이 든 찻잔이 채워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해석은 필자의 관전 포인트이며, 제작진이 실제로 의도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만나는 동궁의 맛 — 흑임자떡·곶감·한과
극중 소재로 다뤄진 세 가지 간식은 모두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전통 음식입니다.
1. 흑임자떡: 검은깨를 갈아 넣어 만드는 떡으로, 고소한 향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입니다. 떡집이나 재래시장에서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2. 곶감: 감을 껍질 벗겨 말린 음식으로,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가장 맛있는 제철입니다. 그대로 먹기도 하고 수정과나 다과상에 곁들이기도 합니다.
3. 한과: 강정, 약과, 유과처럼 쌀이나 밀가루 반죽에 꿀이나 조청을 발라 만든 전통 과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명절이나 잔치 때 다과상에 자주 오릅니다.
극중 촬영은 경기 연천에 새로 지은 대규모 세트에서 이뤄져, 실제로 찾아갈 수 있는 촬영지 맛집을 연결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이 가을, 방송에 나온 세 가지 간식을 다과상 삼아 직접 차려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무리
《동궁》은 귀신과 저주, 형제간의 살의를 다루는 무거운 작품이지만, 그 안에 놓인 음식은 두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어린아이처럼 떡에 환장하는 요괴의 간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권력을 둘러싼 살의가 담긴 찻잔이었습니다.
다음 화면에서 궁궐 세트가 다시 비칠 때, 상 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한 번 더 눈여겨보셔도 좋겠습니다. 그 작은 소품 하나가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열쇠가 되어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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