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릴 때 골목 어귀에서 연탄불에 설탕 녹이던 그 달고나가, 수십 년이 지나 전 세계 사람들이 줄 서서 체험하는 문화 콘텐츠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드라마 소품 하나가 잠깐 화제가 되는 줄만 알았는데, K-푸드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번지는 걸 보고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작은 설탕 과자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제 기억과 팩트를 함께 짚어봤습니다.

달고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까지: 팩트로 보는 흐름
일반적으로 달고나 열풍은 《오징어게임》 방영 이후 갑자기 생겨난 현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조금 다릅니다. 달고나는 이미 한국인의 집단 기억 속에 오래 살아 있던 음식이었고, 드라마는 그 기억에 불을 붙인 점화제에 가까웠습니다.
달고나는 1960~1980년대 한국 골목 문화를 대표하는 간식입니다. 설탕을 작은 국자에 녹인 뒤 소량의 베이킹소다, 즉 탄산수소나트륨(NaHCO₃)을 넣으면 거품이 일면서 특유의 바삭한 질감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탄산수소나트륨이란 가열 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팽창제의 일종으로, 달고나 특유의 구멍 난 조직감과 가벼운 질감이 바로 이 원리에서 나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과자 종류가 풍부하지 않았으니 학교 앞 달고나 장수 앞에서 줄 서는 게 하루의 큰 이벤트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별 모양을 뽑으려다 결국 박살 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너무 억울했는데, 그 긴장감과 아쉬움이 정확히 드라마의 감정선과 맞아떨어졌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오징어게임》 방영 이후 한국관광공사 집계 기준으로 인사동, 명동 일대 달고나 체험 수요가 급증했으며, 해외에서는 달고나 챌린지가 SNS 바이럴 콘텐츠(viral content)로 퍼졌습니다. 바이럴 콘텐츠란 별도의 광고 없이 사용자들끼리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2023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시 체험하고 싶은 문화 활동 1위에 음식 체험이 꼽혔고, 그 중심에는 달고나를 포함한 길거리 음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길거리 음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한 요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낮은 진입 장벽: 가격이 저렴하고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볼거리
- 감각적 몰입감: 냄새, 소리, 질감이 오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경험형 식품
- 스토리텔링 효과: 드라마·영상 콘텐츠와 결합해 문화적 맥락이 함께 전달됨
- 소셜 공유 적합성: 비주얼이 강하고 짧은 영상으로 담기 좋아 SNS 확산에 유리
달고나에서 시작해 K-푸드 전체로: 경험으로 본 음식 문화의 힘
달고나 열풍이 단순히 한 가지 간식에 그치지 않은 이유, 제 경험상 이건 음식이 가진 서사(narrative) 때문입니다. 서사란 특정 대상에 얽힌 이야기와 맥락의 총합으로, 음식 분야에서는 조리 과정, 유통 환경, 문화적 기억이 모두 포함됩니다.
달고나 하나에 1960년대 골목 경제, 아이들의 놀이 문화, 어른의 향수가 압축되어 있으니,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낯설지만 강렬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떡볶이, 순대, 튀김으로 이어지는 분식 문화 전체가 함께 조명받게 됩니다. 제가 직접 외국인 지인과 광장시장을 돌아다녀 봤는데,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방식에 그분이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눈이 커지더군요.
한국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한 조합이 누군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미식 경험이었던 겁니다.
한국 길거리 음식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개념이 푸드 플레이(food play)입니다. 푸드 플레이란 먹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놀이나 퍼포먼스가 되는 음식 경험 방식으로, 달고나 뽑기가 그 전형입니다.
먹기 전에 바늘로 긁고, 핥고, 집중하고,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과정 전체가 콘텐츠가 됩니다. 이 점에서 달고나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일종의 인터랙티브 콘텐츠(interactive content)였던 셈입니다.
박동진 명창이 남긴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과거 부모님 세대는 달고나를 불량식품이라며 못 먹게 했고, 저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불량식품이 지금 인사동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외국인 관광객이 줄 서서 경험하는 문화 자산이 됐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된다는 말, 그냥 슬로건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약 149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K-드라마와 K-팝, K-푸드가 서로 시너지를 내며 전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오징어게임》과 같은 글로벌 흥행작이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인사동 달고나 체험에서 시작해 광장시장 빈대떡과 마약김밥, 명동 야시장 순서로 하루를 짜보시길 추천합니다. 그게 한국 음식 문화의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게 느끼는 방법이라고, 제 경험상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달고나 한 조각이 그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