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왜 어떤 드라마는 유독 오래도록, 그것도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걸까요. 스웨덴 넷플릭스 드라마 《영 로열스(Young Royals)》가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스웨덴이라는, 한국에서는 콘텐츠 강국으로 잘 언급되지 않는 나라의 드라마가 어떻게 전 세계 팬덤을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게 됐습니다.

실존하지 않는 왕세자, 그러나 진짜였던 감정들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스웨덴의 가상 왕세자 빌헬름이 명문 기숙학교 힐레르스카에 전학 오면서, 평범한 가정의 학생 시몬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왕위 계승자라는 신분과 그가 원하는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인데, 화려한 궁정 로맨스라기보다는 오히려 담백하게 그려진 10대들의 성장담에 가깝습니다.
2021년 첫 시즌이 공개된 이후 3시즌 만에 완결됐지만, 완결된 지금까지도 꾸준히 재시청되며 넷플릭스 스웨덴 콘텐츠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힙니다.
이 드라마가 특별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여드름 자국이나 부스스한 머리 같은 '진짜 10대'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었습니다. 완벽하게 꾸며진 청춘물이 아니라, 어딘가 서툴고 불안한 성장의 얼굴을 정직하게 담아낸 것이 오히려 전 세계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낸 셈입니다.
힐레르스카는 없어도, 카게홀름성은 있다
극중 명문 기숙학교 힐레르스카는 물론 가상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 학교의 배경이 된 실제 장소는 스웨덴 에케뢰(Ekerö) 자치구, 말레렌 호수 위 헬괴(Helgö)섬에 자리한 카게홀름성(Kaggeholms Slott)입니다. 18세기에 지어진 로코코 양식의 저택으로, 한동안 기독교 계열 평생교육기관으로 쓰이다가 지금은 컨퍼런스와 결혼식 등을 여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곳이 이제 팬들의 실제 순례지가 됐다는 점입니다. 실제 방문 후기들을 보면, 극중 남학생들이 식사하던 홀을 직접 둘러보거나 힐레르스카 교복을 입어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 스웨덴까지 이 성 하나를 보러 날아왔다는 팬의 후기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말레렌 호수를 낀 백사장에서 비치발리볼도 즐길 수 있어서, 드라마 팬이 아니어도 하루쯤 머물기 좋은 곳입니다.

같은 동네에 진짜 왕실이 산다
여기서 재미있는 우연이 하나 있습니다. 카게홀름성이 자리한 에케뢰 자치구 안에는 실제 스웨덴 왕실이 지금도 거주하는 드로트닝홀름궁전(Drottningholm Palace)이 있습니다. 1991년 스웨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1981년부터 지금까지 스웨덴 국왕 부부의 실제 거처로 쓰이고 있습니다.
가상의 왕세자 이야기가 촬영된 성과, 진짜 왕이 사는 궁전이 같은 자치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 지역 전체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드로트닝홀름궁전은 남쪽 별채를 제외한 대부분이 연중 개방돼 있어서, 17~18세기 왕실 인테리어와 정원, 중국식 정자, 궁정 극장까지 둘러볼 수 있습니다. 스톡홀름 시내에서 배를 타고 갈 수도 있어서, 말레렌 호수를 가로지르는 뱃길 자체도 여행의 즐거움이 됩니다.

말레렌 호수 여행 : 두 개의 성을 잇는 풍경
카게홀름성과 드로트닝홀름궁전은 둘 다 스톡홀름을 감싸는 거대한 말레렌 호수 위에 떠 있는 섬들에 자리합니다. 스톡홀름 시내의 화려함과는 결이 다른,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조용한 풍경이 두 곳을 잇습니다. 헬괴섬은 사실 바이킹 시대 이전부터 유럽·아시아와 교역이 있었던 고고학적 요충지이기도 해서, 드라마 촬영지 이상의 역사적 무게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완결된 드라마가 여전히 사람들을 부르는 이유
《영 로열스》는 2024년에 이미 끝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의 팬들이 이 조용한 스웨덴 시골 마을까지 찾아옵니다. 화면 속에서 봤던 그 계단, 그 식당 홀을 직접 두 발로 서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겁니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장소는 남아서, 그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켜주는 것 같습니다.
가상의 왕세자가 살았던 성과, 진짜 왕이 사는 궁전을 하루에 함께 돌아보는 여정. 스웨덴 여행을 계획한다면, 스톡홀름 시내에서 살짝 벗어난 에케뢰까지 발걸음을 넓혀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스웨덴 간다면 꼭 먹어야 할 음식
스웨덴 여행에서는 전통 미식 문화인 '셰트불라르(Köttbullar, 스웨덴식 미트볼)'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진 고기에 향신료를 더해 노릇하게 구워낸 미트볼에 고소한 크림소스와 링곤베리 잼, 그리고 매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여 먹는 조합은 달콤함과 짭조름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여기에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신선한 시나몬 번(Kanelbulle)을 즐기는 휴식 문화인 '피카(Fika)'까지 경험해 본다면, 단순한 식사를 넘어 스웨덴의 일상과 문화를 한껏 느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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